[12월] 음악 탐구

교향곡 : 순수한 음악적 구성의 이름다움, 그 결정판

교향곡은 오케스트라로 쓰인 4악장의 소나타

아론 코플란드(Aaron Copland)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위대한 교향곡은 인간이 만든 ‘미시시피 강’과 같다. 우리는 그 강을 따라 출발의 순간부터 멀리 예견된 지점까지 저항하지 못하고 매혹되어 흘러 내려간다.”

교향곡은 인간이 만들어 낸 악곡 형식의 백미다. 잘 만들어진 교향곡이 듣는 사람을 잡아끄는 이유는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음향과 논리적으로 잘 짜여진 구성미 때문이다. 교향곡은 근본적으로 순수한 음악적 구성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중심이 되는 주제 선율들이 지속적으로 자라나고 발전하여 서로 얽혀 이루어진 음악의 건축적 조형미는 교향곡에서만 찾을 수 있는 매력이다.

교향곡은 ‘오케스트라로 쓰인 4악장의 소나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교향곡이 네 개의 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바 있는 <환상 교향곡>은 5악장으로 구성되며 이 외에 3악장 구성의 교향곡도 있다. 그러나 소나타 가족 중 기악 소나타와 협주곡은 3악장, 중주곡과 교향곡은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교향곡의 악장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관계도 기타 소나타 가족들의 경우와 같다. 즉, 악장 간의 조성과 빠르기를 변화시키고 교체시켜 방향감과 대조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대개 교향곡의 첫 악장은 빠른 소나타―알레그로 형식, 둘째 악장은 느린 가곡 형식이나 변주곡 형식, 셋째 악장은 우미한 미뉴에트와 트리오 혹은 스케르초, 넷째 악장은 생기발랄한 론도나 소나타―알레그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빠른 악장으로 시작해서 느린 악장을 거쳐 다시 빠른 악장으로 돌아가는 전형적인 빠르기의 순환 주기를 보이는 것이다. 교향곡이 3악장으로 구성된 경우에는 위의 네 악장 중 춤곡 형식의 셋째 악장이 생략되곤 한다.

‘빈 고전파’라 불리는 작곡가들은 특히 4악장 구성의 교향곡 형식을 선호하여 오늘날 보는 것과 같은 교향곡의 모습을 정착시켰다. 그중 하이든은 형식적으로 완성된 교향곡들을 수없이 지어 내어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갖는다. 하이든의 작품들은 종종 넘치는 재치와 장난기로 가득 차 있는데, 아래 <교향곡 제101번>은 특히 이러한 기질을 잘 드러내 준다.

음악탐구_1
[악보 47] 하이든 <교향곡 제101번> 2악장

 

 

 

 

 

 

하이든의 <교향곡 제101번> 2악장은 바순을 비롯한 반주 부분의 규칙적인 움직임이 시계의 ‘똑딱똑딱’하는 소리를 연상시켜 ‘시계 교향곡’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이든 교향곡 중에는 <시계 교향곡>처럼 회화적인 느낌의 이름을 지닌 작품들이 많은데, 제45번 <고별 교향곡>과 제94번 <놀람 교향곡> 등은 특히 유명하다.

 

네 개의 단순 음표로 운명 교향곡을 만든 베토벤

서양음악사에 하이든이 끼친 영향은 후대의 작곡가들이 만들어낸 작품들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중에서도 모차르트는 하이든이 정착시킨 형식과 기법들을 나름대로 소화하고 발전시켜 나중에는 오히려 하이든이 이 천재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모차르트의 교향곡들은 선배인 하이든의 영향에 자신의 천재성이 합해져 고전주의 음악의 백미가 된다. 다음은 모차르트가 작곡한 <교향곡 제40번>이다. G단조로 쓰인 이 작품은 모차르트 음악이 지닌 여러 가지 특징적인 면모들을 잘 엿볼 수 있다. 이 곡은 교향곡과 소나타의 형식을 접하는 데 교과서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악보 48] 모차르트  1악장 제1주제
[악보 48]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 1악장 제1주제

 

 

 

 

 

악보 48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40번>의 첫 문을 여는 주제인데, 반복되어 나타나는 단순한 느낌의 선율이 중간중간의 도약을 통해 지루함을 피하고 있다.

이 교향곡은 전형적인 4악장의 구성을 보이고 있음에도, 2악장이 가곡 형식이나 변주곡 형식을 취하지 않고 소나타―알레그로 형식을 빌려 쓰인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교향곡’하면 운명처럼 머리에 떠오르는 교향곡이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은 비단 그와 같은 별명을 갖게 되기까지 근거 없는 일화뿐 아니라 작품 자체가 지니는 여러 흥미로운 요소들로 인해 베토벤 작품 가운데서도 교향곡의 대명사가 될 운명을 안고 태어났다.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은 짤막한 동기에서 출발한다.

[악보 50] 베토벤  동기
[악보 50]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 동기

 

 

 

 

이 동기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세 개의 8분음표()와 하나의 2분음표()가 어떻게 첫 주제로 발전되고, 더 나아가서는 전 작품을 지배하게 되는가를 보면 놀라울 것이다. 별로 뚜렷한 성격이 없어 보이는 동기를 인상 깊은 주제로 빚어내는 방식은 단순히 같은 움직임의 리듬을 음 높이의 차이로 변화를 주면서 점차 폭발하는 듯한 정점으로 몰아간다. 이처럼 단순하고도 무미건조한 동기에 긴장감과 힘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고양하는 분위기의 상승감이다.

힘, 고양, 상승감 등의 느낌은 베토벤의 작품에서 흔히 맛 볼 수 있는 것으로 “고통에서 환희로”라는 유명한 어귀를 연상시켜 준다.

하이든처럼 베토벤도 후대, 특히 낭만주의 작곡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베토벤이 오케스트라를 어떻게 사용하여 그의 음악적 목표를 달성하였는가를 잘 보여 준다. 베토벤은 우선 오케스트라의 크기를 확장시켰는데, 이로 인해 그의 음악은 힘에 넘치고 고양된 부분에서는 더욱 폭발하는 듯한 효과를 강조하며 오케스트라의 음향에 색채감을 더해 주게 된다. 이 같은 변화는 오케스트라에 다양하고도 심오한 인간의 감정을 한층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을 부여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베토벤을 흔히 ‘고전주의의 완성, 낭만주의의 시작’이라 일컫는 이유는 바로, 그의 작품이 고전적인 형식을 따르면서도 음악의 표현성이나 감정의 내용물과 깊이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낭만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교향곡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러 가지 특징들은 낭만주의 음악으로 이어져 내려온다. 오케스트라의 크기와 힘, 색채적 효과의 증대, 기교의 다양화는 베토벤에서부터 시작하여 낭만주의 음악가들에 이르러 더욱 본격적으로 탐구되고 발전된다.

낭만주의 시대의 교향곡에 한층 색채감과 표현성을 더하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잦은 반음계적인 움직임과 화성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반음계적인 선율과 화성은 결과적으로 고전주의 시대에 완성된 형식적 구조의 근거를 흔들어 놓게 되었는데, 이는 고전주의의 음악 형식이 온음계 중심의 기능적인 화음 구조 질서를 바탕으로 성립했던 때문이다.

슈베르트, 멘델스존, 브람스 등은 낭만주의에 속하면서도 고전주의 시대의 형식적 규범을 추구하여 ‘낭만적 전통주의자’(romantic traditionalists)라고도 불린다. 슈베르트의 교향곡은 그의 가곡에서 볼 수 있듯이 서정적인 선율과 적절한 반음계의 사용이 일품이다. 멘델스존의 교향곡은 형식적 완미함과 아울러 숙달된 기법이 이루는 활기와 열정이 풍미한 반면, 상대적으로 인간의 심오한 정서나 갈등에 대한 적절한 표현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4번>은 그의 음악의 특징적인 면모들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악보 51] 멘델스존
[악보 51] 멘델스존 <교향곡 제4번>

 

 

 

 

이 곡은 ‘이탈리아’라는 이름이 붙은 교향곡인데, 멘델스존이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도중 구상하기 시작하여 그가 이탈리아 지역의 풍물에서 받은 인상이 음악에 반영되어 있다. 전부 네 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 중 특히 4악장은 멘델스존이 여행한 당시 이탈리아에서 유행하던 ‘살타렐로’(Saltarello)라는 춤곡의 양식과 분위기를 따라 만들어졌다.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밝고 가벼운 움직임이 멘델스존 특유의 기질과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브람스는 악곡에 음악 외적인 요소가 개입하는 것을 철저히 반대

낭만주의 음악가 중 브람스처럼 음악의 순수한 구조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는 악곡에 음악 외적인 요소가 개입하는 것을 철저히 반대했다. 그의 작품들은 화성 구조나 정서적인 표현에 있어서는 낭만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형식면에 있어서는 고전주의, 특히 베토벤의 모범을 따르려 했다. 그가 쓴 교향곡 작품들은 그의 이상적인 추구와 노력의 자취를 잘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을 들으며 베토벤 교향곡과 비교해 보라.

[악보 52] 브람스  1악장 제1주제
[악보 52] 브람스 <교향곡 제2번> 1악장 제1주제

 

 

 

 

브람스의 <교향곡 제2번> 1악장 제1주제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처럼 앞의 세 음으로 이루어진 동기(D-C#-D)가 근간이 되어 주제로 발전된 것이다. 세 개의 4분 음표로 된 동기는 악장 전체의 요소요소에 여러 가지 변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주제나 근간을 이루는 동기의 요소를 축소하거나 혹은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변화시켜 악곡의 통일성을 추구하는 것은 브람스의 음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 작품처럼 기본 박동인 3박자를 두 개의 음군으로 나누어 처리한다든지 마디를 넘어 음을 연장시킴으로써 강박의 느낌을 약화하는 것은 베토벤과 같은 이전 시대의 작곡가들의 작품에서는 그리 쉽게 발견할 수 없다. 이런 리듬적 처리는 브람스 음악에 독특한 박동감과 율동감을 더해 주는데 이로 인해 브람스의 음악은 그가 이상으로 삼은 시대의 작품들과는 또 다른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개성적인 리듬의 움직임으로 특유한 분위기의 음악을 만든 현대 작곡가로 스트라빈스키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음악은 이국적인 음색과 독특한 관현악 편성, 그리고 원시적 율동감으로 인하여 이상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그가 상당수의 발레 음악을 작곡했고, 또 그 작품들이 성공한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그만큼 스트라빈스키는 리듬을 다루는데 천재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다. 다음은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시편 교향곡>의 일부다. 개성적인 율동감을 느껴보자.

[악보 53] 스트라빈스키
[악보 53] 스트라빈스키 <시편 교향곡>

 

 

 

 

이 교향곡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부를 위해 쓰였으며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위 악보는 그 첫 부분을 이루는 악구인데 4분의 2박자와 4분의 3박자가 번갈아 쓰였을 뿐 아니라 둘째 마디에서 3박자의 단위를 다시 구분하여 전통적인 음악과는 다른 분위기의 음악을 구축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바이올린과 비올라 부분을 생략하고 대신 두 대의 피아노와 하프를 사용한 것이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