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음악탐구

슈베르트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

 

-깊이 있게 듣는 클래식 中-

 

고전주의 작곡가들이 교향곡, 협주곡, 중주곡 등 형식적으로 완성미를 지닌 음악 구조적 틀을 선호하고 이용했다면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구성적인 복잡함과 정교함을 과시하기보다는 오히려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짧은 길이의 예술가곡이나 실내용 소품들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낭만주의 시대에 작곡된 음악들을 듣다 보면 서양음악의 다른 어느 시기보다도 성악곡이라든지 단순한 형식의 피아노곡들을 자주 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슈베르트는 브람스, 슈만, 멘델스존 등과 함께 낭만적인 감정의 탐구와 표현을 고전적인 전통의 문맥 안에서 표출하고자 했던 몇 안 되는 낭만주의 작곡가들 가운데 하나였다.

슈베르트는 전 생애를 통해 모두 열다섯 곡의 현악 4중주곡을 남기고 있다. 이 가운데 24세 때 쓴 <현악 4중주 제12번 C단조 알레그로>는 그의 성숙한 면모를 드러내는 최초의 작품이다. 이 곡을 기점으로 슈베르트는 그의 중요한 현악 4중주곡들을 쏟아 놓게 된다. ‘죽음과 소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현악 4중주 제14번>은 음악적 성숙이 최고도에 달했던 시기에 만들어진 걸작이다.

슈베르트가 써 놓은 대부분의 현악 4중주 작품들은 그 악상에 있어 베토벤처럼 심각한 내면성이나 인생관을 토로하려 들지 않고 단순한 음악적 사상의 단면들을 가벼운 분위기를 타고 노래하듯 완성하려는 자세를 감지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이 ‘죽음과 소녀’만은 예외로 유독 이 작품에서 슈베르트는 깊이 있는 사색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성하게 하는 심오함을 드러내고 있다. 작품 전체를 통해 음악적 사고의 깊이를 천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면면히 배어 있는 청년 슈베르트의 정열과 영감이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형식적 구조에 있어서도 슈베르트의 모든 기악 작품을 통틀어 최고의 기술적 완숙미와 숙달을 보여 주며, 주제를 전개시켜 나가는 내용 면에서도 두드러진 성숙도를 성취시킨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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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악장은 고전적인 소나타 형식으로 알레그로지만 악곡의 성격상 그다지 빠른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슈베르트는 이 악장을 만드는 데 있어 전통적인 형식의 틀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곳곳에서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하여 독창적인 구축감을 이룩하고 있다.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의 맨 첫머리는 다음과 같이 성격이 강한 악구를 필두로 시작되고 있다(마디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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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패시지는 첫 번째 동기를 곧이어 같은 감각으로 반복함으로써 그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데, 여기서 보이는 마지막 셋잇단음표의 움직임은 전체 악장을 구성하는 데 있어 지배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슈베르트가 이 작품을 만들 무렵에 그는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운 처지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육체적으로는 예기치 않았던 병마가 그를 덮쳤고, 정신적으로는 그가 고대하고 있던 오페라의 상연이 거절되어 고통을 받고 있었다. 슈베르트의 작품 세계를 그의 생애와 연결시켜 이 작품을 전체적으로 삶과 죽음 사이의 투쟁을 반영한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 부분이 ‘운명의 소리’를 뜻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첫 번째 동기의 마지막 부분이 그대로 사용되면서 격정을 잠재우는 듯한 새로운 악구로 이어진다(마디 5~14). 여기에 이르러 주제를 이루는 갖가지 다양한 요소들이 일단락 지어진 듯한 느낌인데, 전체적으로 강약의 다이내믹한 대조감을 이용하여 깊은 인상을 남겨 주고 있다.

제1주제부를 이어가는 경과구는 주제적 선율의 특징적 요소들을 그대로 강조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르찬도(fz)가 주는 강렬한 느낌을 강조하면서 주제를 이루는 첫머리 동기가 지닌 리듬적 특질을 그대로 살리고 있는데, 이를 희화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죽음의 압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초조한 움직임은 다음과 같이 기운찬 팡파레풍의 울림과 뒤이어 몰아치는 스포르찬도의 강세를 앞머리에 수반한 셋잇단음표의 잦은 발걸음으로 바뀐다(1:19~,마디 41~). 그 악구가 지닌 성격으로 인해 ‘투쟁의 소리’를 의미한다고 이야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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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이어지는 제2주제부(마디 61~82)는 지금까지의 움직임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여리고 우아한 느낌을 강조하여 대단히 여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 주제를 이루는 선율은 그에 걸맞게 부드럽고 노래하듯 불린다. 어떤 사람들은 이 부분을 두고 인생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같은 음악 외적인 해석 방법은 사실 자칫 잘못하면 위험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슈베르트의 음악에 있어서는 듣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희화적인 이미지가 뚜렷이 부각될 때가 많다. 다음은 두 번째 주제를 이루는 부분(마디 61~6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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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주제 부분에서도 여전한 셋잇단음표의 잦은 움직임은 전체적인 악곡 구성의 기초가 되고 있다. 그것은 주된 선율의 배경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처럼 첫 번째 주제로부터 떨어져 나온 부분을 계속 사용하여 악곡을 구성하는 것은 앞서 나온 부분과의 연결감을 주어 음악에 구조적인 통일성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 두 번째 주제부에 특별한 묘미를 더하는 움직임이 있다면 그것은 다음과 같이 첼로 부분에서 셋잇단음표를 끌어올리듯 상행하는 악구이다(마디 71~72, 마디 7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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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움직임은 앞서 삶에 도전하는 ‘투쟁의 소리’라고도 묘사된 바 있는 팡파레풍의 경과구 악절의 뒷부분을 다소 연상시킨다. 이 패시지는 대단히 평범한 움직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평화로운 느낌의 주선율에 가끔씩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전체적인 분위기에 음영과 색채감을 더해 주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앞서 나온 첫 번째 주제가 슈베르트 음악에서 가끔 발견되는 낭독적이며 강하고 극적인 측면을 드러내 주고 있다면, 두 번째 주제를 이루는 선율은 슈베르트 특유의 낭만적 감미로움과 애수가 물씬 풍긴다고 할 수 있다.

주제적 선율의 이면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셋잇단음표의 음형이 힘찬 16분음표로 바뀌면서 제시부를 종결하는 작업으로 들어간다(마디 83~) 여기서는 16분음표로 된 새로운 음형을 바탕으로 두 번째 주제의 부분을 이루던 동기를 계속 상기시키며 악곡이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전개부에서 더욱 다양하게 전개되어 나갈 두 개의 주요한 주제 제시의 부분은 그대로 다시 반복된다.

전개부(마디 141~143)는 다음과 같은 스포르찬도의 강한 울림을 효시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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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머리는 갑자기 사람을 놀라게 하는 듯한 느낌으로 첫 번째 주제를 생각나게 하는데, 곧이어 제2주제가 지니고 있는 노래하는 듯한 가락으로 악곡을 구성해 나간다. 이 전개부의 부분은 제시부나 재현부의 부분에 비해서 대단히 길이가 축소된 감이 든다. 사실 슈베르트는 소나타 구성에 있어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주제를 집중적으로 발전시키는 데는 그다지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 대신 그는 폭넓은 선율적 특징을 바탕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데 더 큰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전개부 부분은 삶과 죽음이 서로 맞붙어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다고도 하는데, 비록 길이는 짧지만 고전적인 맑음과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서 슈베르트가 써낸 작품들 가운데서도 뛰어난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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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악장은 주제와 다섯 개의 변주, 그리고 코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에서 제2악장은 전체 작품을 구축하는 데 있어 구심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슈베르트는 자신이 쓴 ‘죽음과 소녀’라는 가곡의 반주 부분을 따서 이 악장을 구성하는 데 기초가 되는 주제를 만들어 냈다.

악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침울하고도 심각한 느낌을 던져 주고 있지만 때로는 잔잔한 애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주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며 각각 반복된다. 두 부분 모두 주는 느낌과 인상이 대동소이한데, 두 번째 부분은 첫 번째 부분의 부연이 라도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두 번째 악장을 이루는 데 기초가 되는 주제의 첫 번째 부분이다(마디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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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선율은 앞부분과 뒷부분이 서로 대조를 이루는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앞의 네 마디가 전체 주제의 골자를 이루는 것으로 그것이 뒤에 어떤 식으로 이어져 나가고 있는지 보라.

주제의 두 번째 부분(마디 9~24)은 더욱 비장한 느낌이다.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의 제2악장 주제는 마치 장송곡을 듣는 것처럼 장중한 느낌을 주는데, 인생을 살아가면서 맛보게 될지도 모를 고뇌와 비감을 예견케 한다.

첫 번째 변주(마디 25~48)는 첼로 부분에서 주제가 지닌 리듬적 특징을 피치카토로 드러나지 않게 살려주면서 그 위로 제1바이올린이 가녀리고 애잔한 감동을 주는 가락을 노래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상성부의 바이올린 선율은 다음과 같이 8분음표 와 16분음표의 도약하는 움직임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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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변주의 두 번째 부분(마디 33~48)에서는 상행하는 도약의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갑작스런 악센트가 강하게 부각되는데, 이는 첫 번째 악장의 제1주제를 연상케 해 준다.

두 번째 변주(마디 49~72)에서는 16분음표의 잔잔한 움직임을 뒤에 깔고 다음과 같이 첼로가 애상적인 표정의 선율을 연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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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가 노래하는 멜로디는 주제가 지닌 리듬적 성격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그것이 주는 인상과 분위기는 첫 번째 변주의 연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 번째 변주에서는 그 성격이 돌변하여 힘차게 돌진하는 자세로 나아가게 된다(마디 7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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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음과 같은 바이올린의 선율이 긴 가락을 뽑아냄으로써 애수 어린 감상을 상기시킨다(마디 7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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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번째 변주에서는 첫 번째 부분을 마치면서 새롭게 나타나는 다음과 같은 첼로의 움직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마디 8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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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언뜻 보면 단순한 반주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후에 악곡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보잘 것 없는 듯이 보이는 이 음악적 소재가 두 번째 부분의 변주에서 얼마나 귀중하게 쓰이는지 주의 깊게 들어보라.

네 번째 변주(마디 97~120)는 제1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셋잇단음표의 음형을 타고 나머지 세 악기가 서로 얽혀가면서 악곡을 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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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부분(마디 105~120)에서는 장식음을 곁들여 다시 악센트가 강조되고 있는 것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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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변주(마디 121~144)는 제4변주에서 사용되었던 셋잇단음표의 음형이 변형되어 첼로로 옮겨지면서 시작된다. 주선율은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다음과 같이 상호 보완적 관계를 이루면서 엮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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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번째 부분의 변주(마디 129~144)에 들어서면서 첼로가 바톤을 이어받는데, 이때쯤이면 곡의 분위기가 일변되어 고요하고 애잔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마치 고통 속에서 울부짓는 듯한 무거운 느낌의 음악이 악곡을 지배하게 된다.

한편, 첫 번째 부분을 변주할 때 소리 없이 등장했던 바이올린의 16분음표의 음형은 이제 몰아치듯 강하게 자기를 주장하며 첼로의 주선율과 대결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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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악장은 스케르초로 크게 주부와 트리오로 나뉜다. 주부(0:00~1:24)는 두도막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각 부분은 모두 반복된다. 다음은 주부를 이루는 데 기초가 되는 주제 선율이다(마디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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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오 부분(마디 68~164)은 언뜻 보기에는 주부의 움직임과 거의 같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들어 보면 그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다음의 선율을 들어 보면 그 구조는 매우 단순하지만 대단히 서정적인 정감을 풍기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마디 68~84). 따뜻하고도 표정적인 선율 선은 슈베르트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강점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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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오가 끝나면 다시 힘차고 빠른 스케르초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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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악장은 프레스트로 매우 빠르며 힘에 넘치는 선율들로 가득 차 있다. 다음은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의 제4악장을 구성하는 데 쓰인 두 개의 주제이다(마디 1~8, 마디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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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서로 모습은 다르지만 앞서 나왔던 악장들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런 강세를 넣어 선율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첫 번째 부분(마디 1~88)은 후에 다시 재현되는데(마디 317~446, 마디 651~706), 그 중간중간에 스포르찬도의 악센트로 강한 인상을 주는 두 번째 주제가 전개부와 함께 끼어든다(마디 88~317, 마디 446~651). 주부의 두 번째 재현이 끝나면 프레스티시모의 코다가 나타나는데, 매우 서두르는 몸짓으로 끝까지 주저함이 없이 밀고 나가는 것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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