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음악탐구

음악회용 소품 - 짧지만 압축된 형식의 묘미
『귀가 트이는 클래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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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소품’과 비슷한 음악 작품들로 ‘음악회용 소품’이 있다. 음악회용 소품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실내 소품에 비견할 만하지만 실내 소품보다 길이가 길며, 기교면에서 화려하고 까다롭다. 음악회용 소품은 흔히 음악회가 끝난 뒤 환호하는 관중들의 갈채에 응답하기 위해 연주되는 앙코르로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음악회용 소품들이 소나타처럼 길이가 너무 길거나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연주자의 기량과 음악성을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 예술적인 완성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음악회용 소품들은 대개 단순한 기교 숙달보다 내적인 표현성과 세련미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쇼팽의 『연습곡』은 그런 면에서 음악회용 소품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손꼽을 수 있다. 『연습곡』은 하나의 예술적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지만 내용면에서 연주가의 기교적 숙달을 돕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음악적 움직임을 포함하고 있다. 다음은 쇼팽의 『연습곡, op.10』의 제3번이다.

이 작품은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이별곡’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는데, 특별히 오른손의 움직임에 숙달된 기교를 요구한다. 엄지손가락으로는 내성부를 유지하면서 새끼손가락으로 주선율을 연주하는 것으로, 외성이 드러나기 위해서는 손 바깥쪽의 약한 부위에 적당히 힘을 안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피아니스트의 오른손 기량 연습과는 관계없이 약간 우울하면서 달콤한 선율의 아름다움으로 음악 애호가들뿐 아니라 클래식에 취미를 붙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위의 작품이 오른손 연습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다음 곡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왼손의 빠른 움직임이 특히 인내 있는 연습을 필요로 한다.

 이 작품 역시 쇼팽 『연습곡』 중의 하나로,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왼손의 격렬한 움직임이 주는 뜨거운 감정의 폭발은 <이별곡>이 지닌 서정성과는 달리 매우 정열적인 느낌을 고양시킨다.


 리스트(Franz Liszt)가 작곡한 <라 캄파넬라>는 피아노 연주회장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음악회용 연습곡이다. 모든 연습곡이 그렇듯이, 이 작품도 연주하는 사람에게 오랜 시간의 기교적 숙달을 요한다. <라 캄파넬라>의 기량적 어려움은 우선 이 작품이 피아노의 전역을 망라하는 넓은 음폭을 질주하듯 오르내려야 한다는 데서 온다.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는 듣는 사람의 감각적 쾌감에 호소하며 얼굴을 찡그리고 깊이 생각할 여유나 부담을 주지 않는 대신, 피아노의 아래위를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연주가의 곡예는 듣는 사람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음악회용 소품 중에 이처럼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곡으로 ‘토카타’를 꼽을 수 있다. 토카타는 음계를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음형들로 이루어져 있어 마치 섬광이 번뜩이는 것처럼 유쾌하다. 종종 생기에 찬 도약과 장식적 떨림음(trill)이 덧붙어 토카타의 토카타다운 멋과 맛을 더하여 준다. 다음은 바흐의 <토카타 D단조>다. 누구에게나 잘 알려져 있는 작품으로 바로크 시대에 만들어진 토카타 작품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푸가가 함께 곁들여져 있다.

https://youtu.be/F4JQZb83oCc

 위의 선율을 들으면서 느꼈을지 모르지만, 바로크 시대의 선율은 그 움직임과 구조에 있어 고전주의나 낭만주의 시대의 선율과는 매우 다른 것을 종종 보게 될 것이다.

고전주의나 낭만주의 시대에 있어서 선율은 전형적으로 네 마디가 두 마디씩 서로 대구를 이루는 형태로 되어 있다. 바흐의 ‘토카타’ 선율은 휴지도 없고 종지도 없이 마치 누에가 실을 뽑아내는 것처럼 같은 음형이 계속 되풀이 되면서 변화된다. 이처럼 작품의 첫머리를 연 선율은 전체 음악을 구성하는 데 기본적인 발판을 이룬다. 낭만주의 시대의 소품들 중에도 서로 상반된 기분이나 분위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고전주의 시대를 풍미했던 소나타―알레그로 형식의 경우에는 상반된 성격을 지닌 두 개의 주제가 변증법적으로 발전·전개하여 통합되는 개념이 악곡 형식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바로크 시대의 음악은 단일 주제로 시작해서 단일 주제로 끝난다. 따라서 중심 주제가 작품 전체의 성격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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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음악회용 소품들 가운데 하나로 파가니니의 <카프리치오 제24번>이 유명하다. 그 자신이 거장에 속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인 파가니니는 음악적으로 재치 있는 바이올린 곡들을 다수 발표하는데, 그의 작품들은 모두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지닌 성질과 기법에 대한 작곡자의 깊은 이해와 관심을 잘 반영해 주는 것이다.

이 같은 선율적 재료는 단순히 되풀이 되거나 변화되면서 악곡 전체를 이루는 바탕이 되는데,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의 경우처럼 매우 경쾌한 감각으로 작곡되어 듣는 이에게 부담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악곡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즐거움이려니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연주자의 손가락 기교를 감상하는 재미가 겹쳐, 이 작품은 연주회의 레퍼토리나 앙코르 곡으로 심심치 않게 등장 한다.

이 곡은 대부분의 음악회용 소품이 그러하듯이 듣는 사람의 즐거움에 버금가는 기교적 어려움을 연주자에게 선사한다. 그것은 주로 잦은 도약과 여러 음을 한꺼번에 연주해야 하는 스타핑(stopping)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연주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어려움이 듣는 사람에게는 곧 거장의 기교에 넋을 빼는 원인이 되니 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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